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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여러가지 이야기

성장 주사 ( 성장호르몬치료/ 초6남아) 일기 (2)싸이젠 처방받다

by zioizy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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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 왔다. 

아이랑 같이 안 와도 된다고 해서 남편이랑 둘이서만 갔다.

 

그렇다고 해도

환자 본인이 없으므로 가족관계증명서랑 신분증 확인은 해야했다.

종합병원이라서 그런지, 원래 병원이란 게 그런 시스템인지는 모르겠네.

 

 

 

진료실에 들어서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교수님 뒤로 인턴 같은 의사 세분이 앉아계셨다.

참관실습? 뭐 그런 게 아닐까?

 

어쨌든 긴장되는 마음으로 결과를 들었다.

 

뼈나이는 12세로

만 나이와 동일하다신다.

뼈나이는 빠르거나 느리지 않다고 한다.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차라리 뼈나이가 어리면 성장이라도 기대해 볼 건데..

 

이어서 피검 결과도 정상이라고 하셨다.

 

키는.... 아마 170을 못 넘길 거라고.. ㅜㅜ

170에 가까운 160대일 거라 하신다.

 

아.... 170을 못 넘는다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빠키 176cm인데, 아빠가 중 2~3 때 확 컸다 그래서 조금 기대를 했었나 보다.

내 죄가 크다.

이 아이는 155cm인 나를 닮았나 보다.

 

내가 키가 작은 게 싫어 늘 키 작은 남자는 비선호했었는데..

벌 받는 걸까? 

아들은 그 키 작은 남자가 되려 한다.

 

아니,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느냐 없느냐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다.

여자들도 취향이 다 다르니까.

 

나처럼 얼굴, 지성미 하나도 안 보고 키만 보았던 사람도 있고

( 물론 남편은 얼굴도 지성미도 있다 ^^; )

키는 작아도 얼빠던 내 친구도 있고

둘 다 안 보고 지성미만 보던 친구도 있다.

고로

짚신도 짝이 있다고 

연애문제는 크게 걱정할 거 없긴 하다.

 

문제는 남자들 사이인 거 같다.

친구들 사이에서 지금도 치이는데

나중 되면 얼마나 치일까...

 

다른 것이 뛰어나다면 모를까

딱히 그런 것도 없는데 키까지 작으면

이아이가 얼마나 설움을 겪을까..

 

 

 

이미 성장주사를 생각하고 갔기 때문에 성장주사에 대해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별로 부작용이나 효과에 대해 말씀을 안 하셨다.

그러나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나은 건 확실하니

경제적 문제만 아니면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하셨다.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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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주사 맞히면 170은 넘을 수 있을까요? "

 

내가 반 울먹이는 소리로 물었다.

의사는 역시나 확답은 안 하셨다.

 

" 노력해 봅시다 "

 

그때 내 눈에 쪼로미 않은 이 병실의 의사 선생님 4분이 들어왔다.

모두 170이 안 돼 보이셨다.

 

 

그분들이 170에 집착하는 155 엄마가 우스워보였겠다ㅎ

 

의사씩이나 되면 키가 170 이하라도 괜찮지. 흠

사람이 뭐 하나라도 프라이드가 있으면 괜찮지 않은가?

 

어쨌든

나가서 남편이랑 의논을 해보마 하고 진료실을 나섰다.

 

나는 이미 마음을 결정했다.

남편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러나 남편의 눈을 보니, 대 혼란 중이시다.

아들이 자기보다 한참 키가 작을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성장주사치료를 옹호했다.

 

 

다시 진료실에 들어가 성장주사를 맞히겠노라 했다.

 

선생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싸이젠을 처방해 주셨다.

의사 선생님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지 하는 타입이라 처방해 주시는 대로 결정했다.

 

명함 같은 곳에 

아이의 주사양과 주 며칠주사인지 기록해 주셨다.

 

 

 

 

그리고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교육 간호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병원 수납과로 가서 먼저 수납을 했다.

약 80일 치 약과 당일 진료비까지 해서 150만 원 조금 넘게 결제했다.

아직 몸무게가 36킬로인 데다가

제일 저렴한 싸이젠이라서 많이 비싸지 않게 나왔다.

 

병원약 타는 곳에서 먼저 80일 치 약을 받았다.

시원한 상태였다. 늘 2~8도씨의 온도에 보관이 되어 있어야 한단다.

얼른 냉장고에 넣기 위해 집으로 달려왔다.

 

오면서 싸이젠에 전화를 걸었다.

교육간호사가 전화를 줄 것이란다.

주사기와 보냉백, 알콜솜등이 내일 택배로 집에 온단다.

 

교육 간호사가 전화가 와서

이틀뒤로 교육날을 잡았다.

다행히 줌으로 화상교육을 진행한단다.

 

그렇게 

간호사와 화상교육 예약을 하고

성장 호르몬 주사약을 소중히 안고 집으로 왔다.

 

 

 

 

 

당장의 월 100만 원은 큰돈이지만

인생의 2000~3000만 원은 어쩜 엄청 큰돈이 아닐 수도 있다.

집값이 몇억씩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봐서 그런가..

학원비나 다른 거 아껴서 라도 성장주사를 해주고 싶다.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제 평생 넌 수학 학원 없어. 엄마랑 계~~ 속 공부할 거야.

어쩌면 영어학원도 끊어야 될지도 몰라. 

그래도 우리 키는 크자.

 

아들은  

본인도 원하는 바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과연 하루도 안 빠지고 2~3년 동안  사고 없이 주사를 놓을 수 있을까.

아이는 덜 고통스럽게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까?

 

 

 

집에 와서 찾아보니

싸이젠이 젤 아픈 주사라는데 ㅜㅜ

그래도 제일 가격이 저렴해서 몸무게 많이 나가는 고학년 아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약을 쓴 다한다.

 

아픈 거 젤 싫어하는 우리 아들이

이 고난을 견뎌낼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고생했는데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몇 년 뒤

웃으며 성장일기의 후기를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아들...

여보...

우리 힘내자!

 

 

 

 

 

--- to bo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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